샤랑, 하고 울리는 아름다운 소리.

……그 빛, 그 소리만은 일생 잊을 수 없으리라.
싸움을 알리는 방울 소리.
장식이라곤 없는 갑옷소리조차 아름답게 울려 퍼지게 한, 그녀의 모습을.


「――――묻겠다. 그대가 나의 마스터인가」

그 말은 선명하게.
영상이 마모되어 가는 대신, 지금도, 극명하게 새겨져 있다.

「소환에 따라 대령하였다.
 이제부터 나의 검은 그대와 함께 하며, 그대의 운명은 나와 함께 하리니.
 ――――이것으로, 계약이 완료되었다」

……그래, 계약은 완료되었다.
그녀가 그를 주인으로 선택했듯이,
그도 그녀의 도움이 되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달빛은 맑디맑게 어둠을 비추고
창고는 기사의 모습을 흉내 내듯이 예전의 조용함을 되찾는다.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홀로 그 이름을 읇조린다.

――――――지금은 잊혀진 창광의 아래.
금모래와 같은 머리카락이, 달빛에 젖어 있었다.





Fate



작년 즈음.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문득 그리운 검극을 떠올렸다.
제대로 된 순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은 아득하니 신기루가 되어, 그때의 마음가짐도 지금은 저 먼 옛날의 일.

옛날이야기를 해보지.
어떤 성배를 둘러싼, 단 15일간의,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그 땐 제가 죽을 뿐입니다. 시로우가 상처 입을 일은 아니었죠.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만, 앞으로 그런 행동은 하지 않도록 하시길. 마스터인 당신이 저를 감쌀 필요는 없습니다. 또 그럴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그런 인간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인물의 내면은 어딘가 빠져 있는 것이겠죠. 그 결함을 안은 채 나아간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극뿐입니다」


「――――――당신이 싸우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아니야, 세이버. 시로는 서번트를 얕보고 있는 게 아냐. 그 부분을 오해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되질 않으니까 말참견을 하겠는데」


「그러니까 무리라 해도 싸우지.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이기려 들어. 그 결과가 자신의 죽음이라 해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네 마음속에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보다 타인 쪽이 더 소중하니까야」


――――――바보였다.
나 혼자서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
정말로 이 싸움을 끝내려 한다면, 처음부터 해야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남자가 말했다.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누구도 죽이지 않고, 누구도 죽이지 않게 할 것인가, 하고.
자신이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 우선 무엇을 바로잡고 누구를 벌할까를 정해야만 한다고.


「아니――――――와라, 세이버어어어어어어어!!!」


몽롱한 의식 속에, 의미도 없이 손을 뻗었다.
도움을 바랐기 때문에 손을 뻗은 것이 아니다.

단지, 하늘이 멀구나, 하고.

마지막으로, 그런 생각을 했을 뿐.


「……하아, 그 고집은 정말로 당신답군요」


「정말, 이제 와서 대답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저는 당신의 검입니다. 저 이외 그 누구가 당신의 힘이 되겠나요, 시로우」


그녀와 그 검은, 일심동체였다.
왕을 선정하는 바위의 검.
그녀의 운명을 결정지은 검의 광채는, 그녀의 광채이기도 했으며――――――


그 영혼은 지금도 전장에 있을 테지.
여명의 순간.
보랏빛 하늘 아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그녀는 단지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은 사람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는 인간을 지킬 수 없다.


「알겠니, 세이버? 데이트라는 건, 다시 말해서 남녀간의 밀회를 말하는 거야.
 시로는 놀러 간다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어필할 찬스라는 거지.」


……아아. 하지만, 그런 일도 있었다.

다행히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해서.

이 추억은, 지금도 푸르게 빛나는 채, 가슴 속에 살아있다.


「왕으로서의 맹세는 깰 수 없습니다. 제겐 왕으로서 다하지 않으면 안 될 책무가 있으니까요.
 아서 왕의 목적은 성배의 입수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진다 하여도, 전 아르토리아로 되돌아갈 일은 없겠지요.
 제 바람은 처음부터 단 하나. ――――검을 손에 넣은 때부터, 이 맹세는 영원토록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시로우라면, 알아 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벌써 몇 년이나 옛날이 된 광경.


「그걸 손에 쥐기 전에, 확실하게 생각하는 편이 좋을 거다」

「――――아니오」

자신의 미래를 보여준다 해도, 온 힘을 다해 끄덕일 뿐.
괜찮겠니, 하고 마술사가 묻는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건 분명 제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소녀는 단지 모두를 지키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라고 하는 감정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는, 왕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일은 불가능 했으니까.

그것을 알고도 검을 뽑았다.
그것을 알고도, 왕으로서 살아가리라 맹세했던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을 사람들로부터 떨어지고, 분노를 받고, 배신을 당해도, 그녀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으로서의 마음은 버렸다.
어렸던 그녀는 그것을 대가로, 사람들을 지킬 것을 바랬으니까.

그 고귀한 맹세를, 누가 알리오.

――――싸우겠다고 결심했다.

무엇이 있든간에, 설령, 그 앞에,

――――그렇다 해도, 싸우겠다고 결심했다.

피할 수 없는, 고독한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나는 선정의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을 텐데. 어울리는 인간이 있다면, 기꺼이 성배를 양보하지.
 그것을 위해서――――――우선은 네 말을 듣고 싶은 거다, 에미야 시로」


그것은.
어딘가 본 적이 있는, 살아있는 채 보는 지옥이었다.

아무리 구원을 바란다고 해도, 그 손길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어도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끝내는 것.
‘살려지고 있는 시체’라고 하는 모순을 순리로 되돌리고
이 지옥을 만들어 낸 원인에게, 대가를 치루게 하는 것뿐.

신부는 이야기한다.
10년 전의 진상. 성배에 깃든 악의.
――――바로 그 구원이라곤 어디에도 없다고 하는 현실을.


슬픈 사건. 비참한 죽음. 지나쳐 사라져 버린 불행.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따윈 불가능.
정의의 사자라고 하는 것은, 일어난 사건을 효율 좋게 정리할 뿐인 존재다.


직시할 수 없었다.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자신에겐 그들을 구원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목소리를 듣는 것뿐, 그것을 들어 이루어 줄 기적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정의의 사자 따윈 그런 거라고, 내뱉었던 남자를 부정할 힘도 없다.

나에겐 명확한 적은 존재하지 않고.
나는, 스스로를 위한 바람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설령.
혹시 그들을 구원해 줄 “기적”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을 쓸 것인가――――――


「――――필요없어. 그딴 건 바라지 않아」

똑바로 시체그들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부정한다.


――――없어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라고.

그 모습이 이렇게나 가슴이 아프다.
그런 그에게 나는 무어라 말했던 것일까.
새로운 생활따윈 불가능하다, 라고.
자신에겐 왕으로서의 책무가 있다고, 고집스럽게 거부를 계속했다.


「아아――――――」

……아득한 옛날의 맹세를 떠올렸다.
가슴에 새겨진 단 하나의 말.
……싸우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것을 잃고, 모두에게 미움받는다 하여도.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싸우겠다고 결심한 왕의 맹세.

「성배가 저를 더럽히는 것이라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랐던 것은, 이미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까요」

……그래,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기사로서의 긍지도, 왕으로서의 맹세도.
아르토리아라고 하는 소녀가 보았던, 단 한번 꾸었던 고귀한 꿈도.

「“약속된엑스――――――――”」
「세이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당신에게 흔들림 없는 신뢰와 경애를.
왕으로서의 내가 아닌.
무엇도 지키지 못했던 소녀이지만, 마지막으로, 모든 영혼을 바쳐 당신의 검이 되겠습니다――――――


「"Läßt"――――――――!」

「"승리의 검칼리버"――――――――!」


아침 해가 오른다.
멈춰있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영원이라고도 느껴지는 황금의 빛.
그 안에서,

「마지막에, 단 하나 전할 것이 있습니다」

강하게, 의지를 담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아아. 어떤 말?」

온 힘을 다해 허세를 지으며, 평소처럼 되물었다.

되돌아보는 그녀.
그녀는 올곧은 눈동자로, 후회 없는 목소리로,

「시로우――――――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말하였다.

바람이 분다.
아침 해가 눈이 부셔 눈을 살며시 감고, 떴다.


「――――――――」

놀라지는 않았다.
그럴 것 같았던 것이다.
이별은,
사라질 때는, 분명 이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오직 멀리 뻗은 황야뿐.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기사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나타났던 때와 마찬가지로
단지 깨끗하게,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아아――――――정말로, 너다워」

읇조리는 목소리에 후회의 빛은 없었다.
잃은 것, 남겨진 것을 가슴에 품고, 단지 떠오르는 빛에 눈을 가늘게 뜰 뿐.

……잊지 않도록, 부디 오래토록 색체를 잃지 않도록, 강하게 바라며 지평선을 계속해 바라보았다.

――――――저 아득한, 아침노을의 대지는
그녀가 달려 나갔던, 황금빛 초원을 닮아 있었다.




[Realta Nua]




그건 누구에게 들려줄 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저 하늘의 별에게 속삭일 듯한, 보잘것없는 소원의 이야기.


긴 여행이었다.
걸렸던 시간도, 달려왔던 이상도, 이루려 했던 인생도, 그 무엇도 귀찮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길을 걸어도, 목표와의 거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눈매를 강하게 뜨며.

머언 길을, 걸었다.

그의 여행은 언제까지고 끝이 없었다.
이유는 정말로 단순했다.
어디로 가야만, 무엇을 해야만 마음 놓고 쉴 수 있을까.
그런 맨 처음으로 정해두어야만 할 여행의 끝을, 아무리 해도 찾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영원토록 불변치 않은 것은 없다.

아무리 융성함을 자랑했던 명기라 하여도, 쓰면 쓸수록 노쇠해 간다.
그것은 기계도 육체도 정신까지도 마찬가지.
모든 것은 마모해 간다.
무언가를 볼 때마다 빛을 바래 간다.
고로, 어떤 일을 괴롭다고 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마음도, 몇 녗 동안의 되풀이 끝에 깨달았던 것이겠지.

네 행위엔 의미가 있어도.
너 자체는, 마지막까지 무가치하다고.


희망과 실망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로 나타난다.
고귀한 이상은 썩어빠진 의무가 되고, 결국은 때 묻은 집착으로 변한다.
어릴 적 동경했던 것들은 흔해 빠진 현실이 되고, 그것을 되풀이 하는 일은 있어도, 다시금 동경하는 일은 없어져 간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그는 올바르지 않았기 때문에.
괴롭다고 느끼는 마음 그 자체도, 소중하게, 소중하게, 열쇠를 걸어 숨겨두었던 것이다.


강철의 마음은 역시 강철이라는 증거.
이거라면 긴 여행도 계속할 수 있다.
대신 즐거움도 희박해지겠지만, 다행히 그는 욕심쟁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끔씩 뒤돌아 볼 수만 있으면 행복했다.

아름다운 것을 동경했다.
많은 사람들과 거리를 보며 돌아다녔다.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나 있었다.
……단지, 그 날에 헤어진, 별의 반짝임과는 만날 수 없었다.
분명 그의 여행이 끝나지 않았던 것은, 목적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찾고 싶어 하는 것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만족스러운 인생이었습니다.




영원한 꿈이었다.
걸려진 저주도, 바쳐온 이상도, 남겨두고 온 결말도,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잠들기 계속해도, 잠에서 깨어날 때는 결코 오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바라지 않고, 깊게 호흡을 억누르고.

영원한 꿈에, 잠들어 있었다.

왕의 책무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 예언을 다하기 위해, 왕은 죽어서도 검을 쥔 이전으론 되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나라가 번영하고, 사람들이 바뀌어 가도.
이제 아무도 고귀한 왕 따윈 바라지 않는다 하여도, 그 맹세는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렇게 하겠다는 것을 대가로 하여 많은 목숨을 맡아왔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꾸는 꿈이 슬펐다.
잠의 수렁에서 엿본 광경.
지금은 이미 아득한 그의, 고독한 여정에, 하다못해 자신의 마음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인간다움을 가슴속에 접어두고, 똑같은 일을 반복할 뿐인 기계가 되어도.
그 고통을, 설령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해도.

――――――내가 여기에서, 당신의 강함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원히 지켜야할 약속이 있었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영원이리라.
그 옛날의 맹세와 각오가, 왕을 영원토록 이어간다.
검이 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만나고 싶었다.
앞으로 영원히 계속해 잠들게 된다고 하여도.
이 목소리를, 그의 귀에 들려주고 싶었다.

「그건 어려운데. 애초에 그대들의 시간은 절망적일 정도로 엇갈려 있으니까」

마술사가 말한다.
그 바람은 너무나도 무리한 것이라고.

「평범하게 한다면 절대 만날 수 없지. 실현하기 위해선, 그 뭐라 말해야 할지, 2개의 기적이 필요한데.
 한 쪽은 계속해서 기다리고, 한 쪽은 계속해서 뒤쫓는다.
그것도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하면서, 지독히도 오랜 시간을 버텨오지 않으면 안 되지. 그건 말하긴 힘들지만, 바래서는 안 되는 꿈만 같은 이야기잖나?」

마술사가 묻는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왕의 책무따윈 상관없이, 단순히 이룰 것인가 아닌가, 바랄 것인가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아아, 착각하진 말도록. 왕의 책무를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냐. 애초에 그대는 뼛속까지 임금님이지. 그런 그대에게서 긍지를 빼앗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잖나.
 그대는 그대로도 괜찮아.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당한 대가의 이야기야. 어린 계집 하나가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 그 정도의 대가를 받을 만큼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만」

마술사가 이야기한다.
검을 손에 쥔 때와 똑같이.
그 때는, 이제부터 닥쳐올 고난을 비웃었다.
지금은 이룰지도 모르는 미래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그 대답에 의미는 없으리.
이것은 검을 쥐기 전의 소녀가, 바랄 것인가 바라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뿐일 이야기.
어느 쪽을 선택한다 하여도 그녀에게 그것을 이룰 힘은 없다.
그렇다면.
별에게 소원을 비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게 정말로 좋은 일일지는 또 별개의 일이지.
 아르토리아. 시대도 사람도 변했어. 그때와 다름없는 건 그대 뿐이야.
 꿈은 꿈인 채로가 아름답지. 그대는 그대로,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편이 편할 거야.
 그래도――――」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으리라.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 바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던 것이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결국하여 누구도 바라지 않고.
사람들의 환상에서 왕의 모습이 사라질 그 날까지.

그 따스한 바람을 양식으로 삼아, 그녀는 미래영겁 이 꿈을 견뎌내 왔으니까.


결국.
그는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했고.
그녀가 구원받는 일도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에게 있어도, 그녀에게 있어도, 기나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득, 잠에서 깨어났다.

얼마나 걸어왔던 것일까.
황폐해진 대지만을 골라 걸어왔는데도, 깊은 숲을 빠져나와, 그리운 초원에 서 있었다.

그곳은 어디인지 확실하지 않았고.
그때부터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렀는지.
또한 그때부터 얼마만큼의 여정이 있었는지.

지금은, 모두가 애매했다.

「――――――――――」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고, 긴장해 딱딱해진 몸을 쉬게 한다.
……아아.
이 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행은, 여기서 끝난 모양이다.

눈앞은 너무나 맑고 넓었다.
그만큼 무겁게 손발을 옭매었던 족쇄는, 풀을 흔드는 바람에 의해 풀려간다.

마음은 따스하게, 한 걸음씩 그 시절로 되돌아 간다.

「――――――――――」

끝없는 푸른 하늘을 보며, 말로는 하지 않았던 언젠가의 약속을 떠올린다.
그것은 어렸기 때문에 꿈꾸었던 환상, 억지와도 같은 바람이었다.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감정을 느꼈으니까.
계속해 뒤쫓는다면, 분명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것을, 고향의 거리에서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꿈도, 깨어남을 맞이했다.

「――――――――――」

하늘을 올려다 본 채, 소망을 계속해 품에 안고.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을 깨닫고, 무심코 흘러내리려 하는 눈물을 참았다.
그녀는 기도하듯이, 찾아올 자를 계속해 기다린다.
……단지, 안녕, 하고.
지금까지 바랄 뿐이었던, 자그마한 소망에게 인사를 하며.



숨이 가볍게 차오르고 있었다.
믿을 수 없군. 호흡이 가빠지다니 몇 년 만일까.
마치 애송이였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간 것같다.
아니, 하지만――――경험을 쌓아왔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인간이 되지도 못했지, 하고 그는 홀로 웃고 만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하늘을 향해 빌었던 것일까.

만나고 싶었다.
만나고 싶었다.

이룰 수 있다면 다시한번, 그 존재를 품에 안고, 애태우고 있던 그를 확인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의 고동이 빨라져 간다.
그래도 여기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면 계속해 걸어왔던 그의 역할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참을 수 없었으니까.
진심은 곧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여기선 그때와 똑같이, 그의 말을 기다리도록 하자――――――




하지만, 조그마한 불안감도 있었다.
이 바람, 이 기적은, 정말로 일어나도 괜찮은 것인 건가 하고.
그는 그 시절의 그가 아니다. 몸도 마음도 그녀가 우려했던 것처럼 마모되고 말았다.
이 풍경 역시 항상 떠올리고 있던 것은 아니다.
집착이 아니라, 단지 망각하지 않았을 뿐.
나날이 희미해져 가는 과거기억를, 계속 품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대로.
혹시 꿈인 채로 끝난다 해도, 그에게는 예상대로의 절망과, 정말로 자그마한 희망이 있으니까――――――


――――아니.
이제, 그렇게 자신을 속이는 건 끝이다.
말로써밖에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소중하게 갈무리했던 것이,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다.

「――――――――――, 아아」

강철의 심장에, 그리운 피가 흐른다.
황금빛의 대지.
잃어버린지 오래된 그녀의 고향에, 겨우 마음이 따라잡았다.

솟아오르는 마음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그래도 목으로 올라오는 말은 단 하나 뿐.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얼마나 기다리게 했는가는, 이미 의미가 없는 말이다.

그래.
결국, 그는 그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했다.
똑같이, 그녀가 구원받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켜왔던 끝에 만났던 것이 있었다.
살아왔던 끝에, 고귀한 것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소중한 마음이 밖으로 드러난다.
깊은 곳에 숨겨두길 잘했다.
그 미소는, 본래 그랬듯이, 소년과도 같이 우직하게,


「다녀왔어, 세이버」


……입으로 나온 말은, 정말로 그때와 똑같이.
마치, 지금부터 그 날의 계속됨이 시작하는 것처럼.

「――――――――――」

땅에 내딛은 발은 가볍게.
소녀는 허물어지는 듯이 미소지으며,


「예――――――어서 오세요, 시로우」


꿈은, 이렇게 끝을 알렸다.





……별을 쫓고, 별을 맴돌아.
앞장서 나가고, 다시 계속해 배웅하여.
많은 것들을 잃고,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 간다.
그 끝에 있는 것은, 이제껏 먹어치운 거대한 시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자그맣고 자그마한 하나의 조각.

――――어찌 이리도 눈부시단 말인가.
조그마한 손바닥에 남겨진, 넘칠 듯 품에 들어온, 눈이 타버릴 듯한 반짝임을 보았다.

그렇게.
오랜 여정의 끝에, 그들은 만났다.
별을 동경하고 있던 그의 여행은 그것으로 끝나고.
이제부터는 또 다른, 길고 긴,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되어 간다.

그 끝에.
그도 또한 누군가에게 별이 되도록, 이 세상은 계속해 돌아간다.


이야기꾼이 침묵하고, 연주가 중간에 그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희극이라 하더라도, 비극이라 하더라도, 갈채가 끊이지 않는 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무수한 인생처럼.
구원받지 못했던 우리들과, 아직 그 도중에 있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축복을.

――――――우리들의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