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지 로드.

Posted 2006. 2. 5. 15:00
엘프가 숲을 걸으면...
"왜 길로 다니지 않는 거지?"
이루릴의 모습이 사라지고 내가 한 말이다. 카알은 대답했다.
"길은 인간의 것이야. 엘프는 길을 만들지 않아."
"길을 안만든다고요?"
카알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옛이야기가 있지.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엘프가 별을 바라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엘프와 인간의 변화를 잘 나타내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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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수가 아니다."
드래곤 로드의 눈썹이 꿈틀거렸고 나는 질겁했다. 그렇군. 그는 알고있었군. 드래곤 로드는 차갑게 말했다.
"그 간악한 녀석의 말이로군."
드래곤 로드의 목소리의 울림은 스산했다. 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예.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에요. 당신이 아까부터 우리 일행에게 던져온 질문, 아마 당신은 우리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렇겠지요. 무례하다고 꾸짖지 않으시겠다면 설명드리겠습니다.

나는 하나가 아니에요. 따라서 당신은 아까부터 얼빠진, 죄송하지만 이렇게밖에 표현이 안돼요.

예. 얼빠진 질문을 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가슴이 쾅쾅거리는걸? 다행히도 드래곤 로드는 초장이의 맛이 어떨지 심사숙고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나의 실수를 설명해주겠나?"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눠 놓고는 선택하라고 질문하셨어요."
"나눌 수 없는 것?"
제레인트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네리아는 두손을 곽 쥔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샌슨은 파랗게 질려있었고 이루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카알은 희미하게 웃고있었다.
"그래요.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어서 질문하셨어요. 당신 보시기에는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드래곤 로드께서는 샌슨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지요."
샌슨은 덜커덩하는 소리만 내지 않았을 뿐 그 외에는 심장이 내려앉은사람의 모든 징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계속 말했다. 손바닥에 땀이 나는걸? 난 슬쩍 그것을 바지에 닦아 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으면서 말했다.
"샌슨의 가족들을 죽이겠는가, 샌슨을 죽이겠는가. 조금 달랐을지 몰라도 대충 그런 의미였지요. 하지만 그건 나눌 수 없어요."
"어째서지?"
"샌슨은 하나가 아니니까. 샌슨은 헬턴트의 경비대장 샌슨이고, 나의 좋은 동료 샌슨이고, 샌슨의 아버지 조이스씨의 사랑하는 장남이에요. 카알의 신뢰받는 길앞잡이고, 그리고 그 아가씨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인 샌슨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샌슨이지요. 이런 식의 이야기도 들어 보셨겠지요? 어쨌든 당신은 샌슨 하나를 살려주는 대신 그 가족들을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그 가족들을 죽이면 샌슨도 죽는 셈이에요."
난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이마에 열기가 올라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저히 말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요. 그 모든 것이 샌슨이에요. 당신이 헬턴트 영지를 파괴하면 헬턴트 경비대장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날 죽인다면 후치의 동료 샌슨을 죽이는 셈이고요. 당신이 조이스씨 를 죽인다면 조이스씨의 아들인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카알을 죽인다면 카알의 길앞잡이 샌슨이 죽지요, 그리고, 그리고 그 아가씨를 죽인다면 그 아가씨의 연인인 샌슨을 죽이는 셈이라고요."
"샌슨은 하나가 아닌가?"
난 기가 막혀서 고함을 빽 질러버렸다.
"하나가 아니에요!"
그리곤 곧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계속 다물 수가 없었다.
"영원의 숲, 영원의 숲 아시죠? 거기서는 자신이 자신을 죽이게 되어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요?"
드래곤 로드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안다만, 그것이 이 이야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말해주겠나?"
"나가면 그 사람은 사라져버려요!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남아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잊어버리게 되면 그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아직까지 그걸 모르세요? 나라는 것은, 나 라는 것은 이 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구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모든 것들에 다 내가 있어요. 그것이라고요! 그 모든 것을 모았을 때 내가 있는 거라구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요.
그것이 인간이에요!"
말을 마치고나자 숨이 찼다. 너무 흥분해 버렸나봐. 난 목을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을 닦아 내었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차가운 냉수 한 잔만 준다면 그를 위해 노래 100곡을 바치겠어.

농담이 아니라고.
드래곤 로드는 침울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랬었군… 그럴 거라고 짐작했지. 이제야 확신을 얻게 되었군."
드래곤 로드는 뭔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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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하하. 그러니? 음. 앞을 보면서도 뒤에 따라오지도 않는 추적자를, 혹은 자신의 과거,

어제의 실수 따위를 생각하면서 진구렁탕에 발을 빠트리는 사람이 있다면 넌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를 거지?"
"바보…지?"
"그래. 바보는 마치 곰곰히 생각하기만 하면 지나간 실수가 바로잡아질 것처럼 믿지. 과거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 완전히 고정된 것인데 말이야."
"그럼 범부는?"
"범부도 어떤 의미에선 바보와 마찬가지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간 실수를 생각해서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범부, 보통사람일 뿐 이지. 하지만 범부라고 해봐야 결국은 그 사람도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야. 바보든 범부든 과거라는 시간의 산물이지. 바보는 그것에 매달리고, 보통 사람들은 그것에서 배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제레인트와 아프나이델의 저 감춰진 시선을 느끼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인걸? 두 사람은 모두 안듣는 척하면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능숙한 거짓말쟁이나 사깃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 자신의 행동을 잘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키키키키. 레니는 한참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그 풀려버린 표정 그대로 말했다.
"그럼… 현자는?"
"현자는 과거의 시간과 상관없는 존재가 현자야. 그는 현명하므로 과거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미래를 깨달을 수 있지. 사실 이런 사람은 드물지. 핸드레이크나 그렇게 불릴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지 않아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왜냐하면… 그들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니까. 여기서는 사실 '앞' 이라는 말과 '뒤' 라는말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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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이라구요?
"바로 그것이다. 너의 국왕이 전쟁을 걸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너에게 전쟁의 댓가를 치르게 하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장기판의 말 신세인 아랫사람만 죽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로군요."
"억울하지 않느냐?"
"전혀."
"…이유를 말해봐라."
모닥불을 다시 헤집었다. 잠시 불티가 밤하늘을 향해 비산해갔다. 나는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윗사람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그런 식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난 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어요. 내가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숨쉴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요."
운차이는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었다.
"넌 독수리나 물고기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너의 국왕, 귀족, 장군들도 너와 같은 인간이다. 같은 인간이면서 왜 아래에 있는 사람들만이 댓가를 뒤집어 써야 되느냐. 나도 인간이고, 날 바이서스로 파견한 내 상관도 같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난 명령 때문에 여기로 왔고 결국 죽게 되었지만, 내 상관은 또다른 첩을 육성시키며 지금도 배불리 잘살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그 놈이 더 나쁜 놈 아니냐?"
"같은 인간? 허, 웃기는군요."
내 대답에 운차이는 놀란 모양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바보나 그런 말을 해요. 같은 인간이면서 어쩌니 저쩌니. 헤, 같은 인간이 세상 에 어디 있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자신과 비슷한 범주에 넣고 이해하는 것 은 다시 없는 바보죠."
운차이는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건 카알의 말씀이시지. 난 내 눈 가득히 검은 밤하늘을 담으며 이야기했다.
"당신처럼 생각하면 귀족이나 왕족을 욕하기에는 쉽겠죠. '제기럴, 같은 인간인데 왜 난 보리빵에 물 한 그릇으로 아침 떼우는데 녀석들은 미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산해진미를 먹느냐.' 그게 억울하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어버려요.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면 입 다물고 앉아 있어요."
"귀찮아서…라고?"
"귀찮은 것 아니예요? 당신 말마따나 같은 인간이면, 당신도 자이펀의 왕(거기서도 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처럼 왕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하지않는 것은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는거냐? 불가능하지…"
"얼씨구. 이젠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무시하시는군요. 당신 같은 화법은 추해요. 불평할 때는 같은 인간이고, 당신을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해서 꾸짖을 때는 다른 인간인가요?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비판하면 기분나쁜 법이죠. 동일성을 가져요. 그렇게 같은 인간이라면, 이 넓은 대지 어느 한 편에 나라를 세워요. 이제 너는 왜 그러지 않겠냐고 묻겠지요?"
운차이는 매서운 어조로 질문했다.
"묻고 싶군."
"난 귀찮아요. 난 헬턴트 영지의 초장이 후보로 남는게 훨씬 속편해요. 내가 야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간혹 나도 귀족들이 되고 싶기는해요. 하지만, 난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밤공기가 차갑다.
"하지만 누군가가 야심 없고 능력 없는 자의 자기 위안이라고 날 욕하게 하진 않겠어요. '쳇, 넌 야심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안되니까 비굴하게 자기를 합리화 시키는 것 아니냐?' 바보 아네요? 그런 사람들은 야심이 사람의 본능인 것처럼 생각하죠. 자기가 그 야심 때문에 목숨까지 걸며 허겁지겁 돌아다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아요. 그런 작자들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고 하겠어요. 그리고는 '초 한 자루도 못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어던지면 굶어죽기 십상이겠군.' 이라고 말해주지요. 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걸요? 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고."
운차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되지도 않는 말재주로 장황하게 말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결론을 어떻게 내려야 되나?
에라. 좀 거칠더라도 그냥 끝내자. 머리가 아프다.
"그게 진정한 '같은 인간'이지요.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요. 당신은 당신을 이곳으로 파견한 상관이 될 수 없어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추억, 당신의 사랑, 당신의 과거의 소중한 것을 모두 팽개치고 그 상관의 자리에 대신 들어 가라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럴 수 있어요? 당신 상관의 아내를 부인이라 부르고, 당신 상관의 자식들을 내 아들아, 혹은 딸아, 이렇게 부를 수 있어요?"
"…내 상관은 독신이다."
난 웃어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운차이도 피식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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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어도 받아주지 않을 때의 슬픔
"뱀파이어와 친구가 되기 쉬울까요?"
이루릴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이었군요…."
"예?"
내 얼빠진 대답에 이루릴은 그저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친구와 적을 나누는 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죠. 그러나 처음보는 상대에게는 먼저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민다고 했지요. 난 그 말에 퍽 감동했어요."
감동…했다고?
"당신은 헬카네스의 율법에 따라 혼란스러운 이 세상을 살기 위해 분명한 선은 가지고 있지만, 유피넬의 뜻에 따라 먼저 손을 내밀어요. 그것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유피넬과 헬카네스 양자를 모두 따르는 인간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세계는 모두 조화로와서 특별히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밀 줄 몰랐죠."
그런가? 난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루릴의 말을 들었다.
"아마 우리가 드워프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우리는 왜 드워프와 관계가 나쁜지 몰랐죠. 하지만 난 알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을 보고 알았죠. 우리는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밀 줄 몰라요. 우리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몰라요. 그것이 드워프들에겐 기분 나쁘게 보였던 것 이예요."
이루릴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눈이다.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었죠. 먼저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처음 보는 이 영지의 환자들을 돌보았어요. 그것이 기쁨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루릴이 이 영지의 사람들을 성심껏 도왔던 이유는 그것인가? 인간의 슬픔이나 고통을 엘프가 공유할 까닭은 없다. 그러나 이루릴은 내 말에 감동하여 친구가 되기 위해서 먼저 손을 내밀어보았던 것인 모양이다. 인간이었다면, 지금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인간이었다면 몹시 부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순진한 눈으로 아무런 의혹이나 은유없이 평범하게 말하고 있는 엘프다. 그래서 나도 완전히 긴장을 풀고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기쁘지 않았어요?"
이루릴은 미소를 지었다.
"기뻤어요. 그들의 감사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손을 내밀게 됨으로써 예전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뭐지요?"
"손을 내밀어도 받아주지 않을 때의 슬픔.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어서 뱀파이어에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이군요. 난 그것을 배웠어요. 고마워요, 후치. 당신처럼 익숙하게 손을 내밀 줄 알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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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드래곤 로드는 태양이지."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카알의 말은 조용히 이어졌다.
"그는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고, 그리고 그의 빛은 무서울 정도로 세계를 비추지. 그는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지혜와 권능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는 바라볼 수 없는 존재이며, 그 빛 을 강요하는 존재야. 그는 자신의 빛 때문에 오히려 다른 어둠을 바라보지 못하지. 그는 너무나 위대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말했다.
"루트에리노 대왕은?"
카알은 여전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달이지."
"달이오?"
"우리가 어둠을 걸어갈 때 달은우리를 비추지. 그의 빛은 똑바로 바라볼 수도 있고, 바라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지. 그는 만물을 다스릴 정도로 위대하진 않을지 몰라도, 어둠 속을 걸어가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력이 되고 희망이 되는 존재였지."
"…우리는요?"
네리아의 약간 가냘픈 목소리였다. 카알은 빙그레 웃었다.
"우리 말이오?"
"예. 우리, 뭐, 예. 우리요."
"우리는 별이오."
"별?"
"무수히 많고 그래서 어쩌면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지. 바라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서로를 잊을 수도 있소. 영원의 숲에서처럼 우리들은 서로를, 자신을 돌보지 않는 한 언제라도 그 빛을 잊어버리고 존재를 상실할 수도 있는 별들이지."
숲은 거대한 암흑으로 변했고 그 위의 밤하늘은 온통 빛무리들 뿐이었다. 카알의 말은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볼 줄 아오. 밤하늘은 어둡고, 주위는 차가운 암흑뿐이지만, 별은 바라보는 자에겐 반드시 빛을 주지요. 우리는 어쩌면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 존재하는 별빛 같은 존재들이지. 하지만 우리의 빛은 약하지 않소. 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모든 빛을 뿜어내지."
"나 같은 싸구려 도둑도요?"
네리아의 목소리는 슬프지 않았다. 그리고 카알의 대답도 평온했다.
"이제는 아시겠지? 네리아양. 당신들 주위에 우리가 있고, 우리는 당신을 바라본다오. 그리고 당신은 우리들에게 당신의 빛을 뿜어내고 있소. 우리는 서로에게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오. 최소한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상은."
어둠 속에서 네리아의 눈이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나는 혹시 반짝인 것은 그녀의 눈물이 아닐까 따위의 생각은 관두기로 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보자, 별들은 나에게 빛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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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과 상사병은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짝사랑과 상사병은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슬프고 아프지요. 참 글러먹은 문제입니다. 짝사랑 을 하면 그냥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면 될 문제인데 말입니다. 상대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꼭 그것 때문에 슬퍼하고 아파해야 된단 말입니다. 상대도 날 봐주었으면, 날 생각해주었으면, 날 사랑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고,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고장이 나버리지요. 고약하다면 고약한 것이고, 동정하려고 들면 정말 동정받을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도, 도대체 무슨 말을…"
제레인트는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조금 꺾더니 다레니안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도 그 점에선 우리와 마찬가지입니다."
"뭐라고?"
"사랑은 어쩌면 모든 종족에 있어서 마찬가지의 불길일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은 그가 변화하기를 바랬을 겁니다. 맞습니까?"
"변화…?"
"만물을 사랑하는 핸드레이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사는 핸드레이크가 되기를 바랬을 겁니다. 당신은 세계를 사랑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겁니다. 사실 누가 그런 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당신은 제멋대로 그가 변화하게 되기를 바랬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그의 모습으로서 있게 허락하지 않고, 그를 파괴해서 재조립하려고 했을 겁니다. 맞습니까?"
다레니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창백한 얼굴로 제레인트를 마주볼 뿐이었다. 제레인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은 그의 모습에 맞추어 당신의 사랑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에 맞추어 그를 변화시키려고 했습니다. 적어도, 내가 들은 바로는 그렇습니다."
다레니안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럼, 그럼 네가 말하고 싶은, 진정한, 진정한 사랑은 뭐지?"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건 무관심하고 뭐가 다르다는 거지? 상대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라면, 그건 무관심하고 뭐가 다르단 말이야!"
다레니안의 작은 몸 전체가 분노로 떨고 있었다. 하지만 제레인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두 가지는 구별하기 어렵겠지요. 나로선 확신은 없습니다. 신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무관심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겠지요. 그래서 나는 핸드레이크가 당신에게 무관심했는지, 아니면 자신을 마구 변화시키려드는 당신의 모습마저도 포용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레인트는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까요. 핸드레이크는 드래곤 로드마저도 북방으로 쫓아버릴 정도의 남자였습니다. 그건 잘 아실 테지요. 직접 보셨으니까. 그런 자가 왜 시시콜콜 자신을 방해하는 당신은 그대로 내 버려두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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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난.. 내가.."
제레인트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날 내려다 보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레니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날 올려다 보았다.
난 요정의 나라에 무릎을 꿇은 채 300년 전에 다른 사람이 꺼내려다가 끝끝내 꺼내지 못했던 말을, 그러나..
반드시 했어야 될 말을, 조용한 확신을 담아 말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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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루릴...
고아한 성품을 가진 이루릴은 당연한 것을 질문하는 바보를 바라보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후치와 함께 보낸 저의 시간은 후치의 말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예?"
"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당신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나요?"
"어, 저, 아니죠.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당신 속에 있나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예."
"그럼, 당신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당신과 함께 하면서 보아온 당신의 모습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이 필요할까요. 묻겠어요, 후치. 자신의 행동을 자신에게 설명해야 됩니까?"
"…예. 우리는 그래요. 일생을 함께 보내온 부모의 말이라도 우리는 그 이유를 알아야 되죠. 자신의 말이나 행동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에게 설명해야 됩니다."
"그런가요."
"우리는 불안하니까… 쓸데없는 질문을 했군요."
"아니오. 당신은 나에게 당신들에 대한 이해의 새로운 방식을 선물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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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향해 나는 드래곤
"동업자 선생!"
"뭐라고?"
"동업자 선생! 당신과 루트에리노 대왕은 인간이라는 초를 만들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불길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불길이니까 스스로마저도 태워버리는 초가 되겠지요. 우리가 이룩하는 번영은 목적 잃은 폭주가 되고 말 테죠! 그래서 나는 이제 아무르타트를 도피시키겠어요."
타이번은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도피라고?"
"예! 나는 그녀를 인간의 석양으로 도피시키겠어요. 그리고 그녀로 하여금 거기서 인간을 기다리게끔 할 생각이에요. 우리가 스스로를 바로잡아 새로운 종족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요. 그녀가 우리에게 베푼 선물이 있으니까.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아무르타트의 뒷모습을 쫓았다. 참을 수 없는 격정에 목이 메이지만, 나는 간신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마법사에게 우리의 미래를 들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놓치고 석양을 향해 치달아간다면, 또다른 자신을 모두 잃고 죽음을 향해 치달은 넥슨처럼, 자신을 모두 나눠주고 죽어버린 길시언처럼, 주위의 모든것을 파괴시키며 자신만을 부여잡은 채 멸망을 향해 치달아간 할슈타일 후작처럼, 우리가 석양을 향해 치달아간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 때였다.
아무르타트의 비행에 따라 길게 찢어지던 구름들이 마침내 하늘 양편으로 모두 갈라졌다. 보랏빛 하늘의 모습은 어두웠으나 아무르타트의 비행을 쫓는 내 눈은 석양을 볼 수 있었다. 불길처럼 붉은 석양, 그리고 아무르타트의 검은 몸은 불덩어리처럼 타오르면서 태양의 뒤를 쫓았다.
갑자기 어깨가 시려왔다. 입에서 나오는 하얀 김이 그제서야 눈 앞을 어지럽혔다. 나는 바짝 굳어버린 제미니의 손을 잡아올려 입김을 불어주었다. 나는 제미니의 일렁이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타이번에게 말했다.
"그 때 우리는 우리의 황혼에 서서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를 기다려온 아무르타트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녀가 우리 헬턴트에 베푼 것과 같은 것을, 우리의 자손에게 베풀수 있을지도 모르지요.반대로 인간의 황혼과 함께 그녀도 휩쓸려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것을 확인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그녀를 보내고 믿을 수 밖에 없지요."
"그녀를… 그녀를 우리 자손들에게 선물한다는 말이냐?"
타이번은 이제서야 300 년의 피로를 한꺼번에 느끼는 것처럼 메마른 목소리로 힘들게 말했다.
"정답은 없지요.아까 말했듯이 나는 우리 자손을 위해 장애물을 치워 준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우리 자손을 징계할 교사를 미래로 파견한 것 일수도 있어요. 그것은 시간이 결정할 일이지요. 그러니…"
제미니는 내 눈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나는 그녀의 뒷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어요. 첫눈을 그 만가로 삼아 떠나간 내 마법의 가을처럼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죠."
나는 고개 돌려 타이번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어깨 너머로, 석양을 향해 나는 드래곤을 보았다.

그림 땜빵

Posted 2006. 1. 5. 17:44




전 설정집에 있는 이 그림 좋아한다죠.


이문요요몽 후편

Posted 2005. 11. 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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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요요몽 전편

Posted 2005. 11. 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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